글쓴이 필력에 빠져드는 글 (feat입생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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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겨울.

뭔 생각인지 추워 죽겠는데 덜덜 떨다가 추위를 피하려 들어간 곳이

입생로랑 매장이었고

입생로랑 직원이 덮어주는 담요와

따뜻하게 김이나는 코코아를 가져다 주었다.

역시 명품매장은 서비스도 명품이구나 하면서

안경에 낀 서리가 없어질 즈음-

아직은 차갑게 얼어붙어 코코아잔에 손가락을 녹이던

나는 눈 앞 노란색 할로겐 조명을 받으며

도도하게 서있는 보라색의 가방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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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이름이 뭐에요?”

“아 ..카바시크라는 가방이에요..명품이태리 송아지의 뱃가죽으로 어쩌고 저쩌고..”

솔직히 점원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리라

손끝에 남아있는 눈꽃송이의 느낌으로 가방의 표면을 만져보니

송아지보다는 일종의 남성의 단단한 어깨를 만지는듯한 느낌이었고

각이 진 바닥과 길들여지지않은 손잡이는

“난 함부로 드는게 아니야”

라며 도도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내가 이런 걸 들고 다녀서 뭐할까…

애초에 명품같은건 신경도 쓰지 않았는걸.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님들은 다들 루이비통이나 구찌, 프라다 등의 가방을 팔에 걸고서는

YSL, 입생로랑의 매장에서 마치 심사위원이라도 된 듯한 눈과 손짓으로

매장 점원들에게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명령을 하고 있었고

품격있는 YSL 입생로랑의 매장직원들은 하대하는 듯한

그런 언동에도 고고하게 웃으며 서비스를 내줬다.

저게 진정 명품을 차고 다니는 사람들의 태도란 말인가..

궁금했다. 이 가방을 들면 나도 저렇게 사람들을, 직원들을 하대할까….?

난 동대문 보세매장에서 산 3만원짜리 가방이 전부인데,

정말 웃는 표정 땀을 흘리며 손님들의 말도 안되는 주문에

힘들어하던 점원 하나를 붙잡았다.

“저기요”

“네 고객님 코코아는 다 드셨어요? 안 추우세요?”

그 바쁜 와중에 내 걱정을 해준다. 고맙기도 해라.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도와줄게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이 정도 서비스를 하는 가게의 제품이라면

묻지 않고 신용이 가능하리라.

‘매장에서 진상떠는 것도 가방 가격에 포함되는거야 호호호’

라고 웃으며 말하는 아줌마들에게 들으란 듯이 말했다.

“이거 얼마에요?”

“아..카바시크 274만원입니다 고객님”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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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짜리 지갑을 사겠다고 점원을 2시간 째 붙잡고 있던 아줌마도,

가방에 마크가 틀어진 거 같다며 1시간 째 점원을 괴롭히던 아줌마도,

다 날 쳐다봤다.

점원은

‘이래야 내고객이지!’

라는 표정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포장해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았고

나는

“네. 평소와 다름없이 포장해주세요. 코코아도 한 잔 더 주시겠어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나의 한 달 월급이 그 자리에서 날아갔지만

그 추운 겨울날,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좋은 가죽으로 장인이 정성들여 만든 좋은 가방.

그리고 이 모든 좋은 추억을 갖게 해 준 카바시크에게 아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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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가방이 질려서 판매합니다.

바닥에 쓸림 조금 있습니다.

결혼식때만 들어서 20번정도 들었어요 ? 사용감 있습니다 B+ 정도

274만원에 구입한 거 90만원에 판매합니다.

카바시크백 L 사이즈입니다.

저렴한 생로랑파리가 아니라 YSL 입생로랑정품입니다.

직접거래만 하며 정품확인과 크리닝을 위해 입생로랑매장에서 직접 만나 거래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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